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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돌 - 슈퍼주니어 편

2006. 7. 12. 05:32 | Posted by 코니

어젯밤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슈퍼주니어 멤버 가운데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아마도 여기 오는 사람들은 잘 모를 테지만, 슈퍼주니어는 멤버가 모두 13명. 처음 데뷔할 땐 12명이었다가 얼마 전에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 이름 그대로 사이즈는 슈퍼. 알고 보면 나이는 그닥 주니어가 아니다.)

난 궁금한 것 못 참아. 그래서 메모장을 펴놓고 내가 아는 애들 이름을 써내려갔다.

신데렐라 희님 희철 - 외모는 비주얼락밴드할 것처럼 생겨서 정신세계도 되게 특이하다. 데뷔 전부터 독특한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싸이홈피 때문에 유명했다. 나도 몇 번 놀러가본 적이 있다.

특이특이 이특 - 슈퍼주니어의 리더. 주니어가 아니라 시니어, 별명이 노인네라는둥, 늙은이라는둥 멤버들조차 TV에 나와서나이가 많다고 놀려대길래 몇 살인가 찾아본 적도 있다. 24살이었다. 24살이 노인네? 아이돌 데뷔가 24살이라면 늦기도 늦지만 그래도 늙은이는 너무 하잖아!(버럭)

귀염둥이 성민 - 예전에 동방신기 반전극장에 믹키의 친구로 열연(!)한 바 있다. 얼굴이 귀엽다.

시니컬 기범 - 얼굴이 작고 미남인데, 레인보우 로망스(믹키가 나온대서 두 번인가 봤다)에서 되게 자뻑인 캐릭터로 나와서 인상 깊었다.

강인한 강인 - 예명이겠지? 이름 그대로 되게 강인해 보인다. 척 보면 신화과로 아주 튼튼하게 생겨서, 얘가 한 대 치면 뼈 부러지게 생겼다. 주말에 우연히 본 슈퍼주니어 리얼리티쇼에서 팔씨름왕이더라. 굉장히 무대포인 캐릭터 같은데, 뭐 그 점이 나쁘지 않다.

원래 얘랑 희님이랑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영웅재중 이렇게 넷이 '포시즌'이라는 유닛으로 준비중이었다가 막판에 갑자기 유노랑 영웅을 빼서 동방신기를 만드는 바람에 포시즌은 공중분해되었단다. 포시즌이 그대로 나왔으면 굉장한 팀이 되었을 것 같다. 멤버 넷이 모두 화려한 외모에 다들 정신세계가 이상하고한성깔 하는... 무시무시한 팀이었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프로젝트 팀으로 넷이 뭔가 한번 해줬으면 싶은 기분이 드는데, '동방신기는 죽어도 다섯명' 어쩌구 하는 카시오페아 극성에 못하겠지. 정말 안타깝다.

통통한 신동 - 일단 사이즈상 눈길을 끈다. 개그 캐릭터라는데 별로 활동이 없는 것 같다. 얘야 말로 주말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집중 투입되어야 할 것만 같은데...

일반인 은혁 - 외모만 보면 정말 연예인 안 같다. 동방신기 시아준수의 절친한 친구라고 데뷔 전부터 좀 눈길을 끈 모양이다.

동방신기 전에 시아랑 둘이 같은 유닛으로 계획되고 있었다던데, 시아도 외모상 꽤 일반인과. 대체 어떤 팀을 만들려고 했던 거냐! 일반인 얼굴로도 아이돌 한다? 블랙비트 2? 포시즌의 정반대 팀을 만들려고 한 걸까? 따로따로 나오길 잘 했다고 본다. 찢어져 있으니까 각자 팀의 미남 멤버들 사이에 대충 묻히는 거지... 이런 얼굴들이 나란히 있으면노래실력이나 춤실력이 출중해도 바로 사장되었을 거다.아무튼 춤을 잘 추는 멤버인 듯하다.

일반인 2 예성 - 얘도 외모로 따지면 은혁과 일반인 1, 2위를 다툰다. 게다가 무표정하고 애교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일반인스러운 친근감 때문에 처음 데뷔했을 땐 조금 좋아했는데, 너무 의외성이 없어서 맘이 시들어버렸다.

느끼미남 시원 - 강타를 닮았다. 객관적으로는 미남인 거 같은데 느끼과라서 싫다.

금붕어 동해 - 못 생긴 건 아닌데 어딘가 금붕어를 닮았다. '동해'라는 이름은 본명일까? 왠지 얼굴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귀엽다.

중국미남 한경 - 중국시장을 노린 중국 멤버. 한국말은 서툴지만미남이다. 요리도 잘 한단다.

새 멤버 규현 - 제일 늦게 들어왔지만 나름대로 인상적으로 생겼다. 호감도 비호감도 아닌, 별로 어려보이지도 않고 좀 억울해보이는 얼굴이긴 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다. 멤버가 워낙 많다 보니, 나중에 따로 들어와서 오히려 TV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것 같다. 고3 중간에 불쑥 들어온 전학생 같달까?

... 여기까지. 엇, 리스트가 꽤 되네? 이러면서 세어 보았다. 몇 명이냐... 하나 둘 셋 넷... 허걱.

메모장에 쓰인 이름은 모두 12개였다!

도대체 어느새...!!!

나머지 한 명은 대체 누구냐? 내가 13명 중에 12명을 외우는 동안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길래 이렇게 존재감이 없었단 말인가!

아니, 사실은... 남은 멤버가 한 명이라면 그게 누군지 알겠다. 려욱. 이름이 특이해서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이름은 모르지만 노래 파트가 많아서 기억하고 있는 얼굴도 하나 있다. 그렇다면 걔가 려욱인 거잖아? 조금 아줌마스러운 필의 얼굴인데 그야말로내 취향이 아니라서(내게는 시원과 쌍벽을 이루는 비호감),이름을 들을 생각조차 안 하고 패스해왔던 애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는 슈퍼주니어 13명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게 되겠다. 끄아악!

OTL...

와, 정말 캐충격이었다.

나는 정말정말 사람 이름과 얼굴을 잘 못 외운다. 원만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대인관계가 별로 좋지 않고 친구가 적은 건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게다가 나는 별로 슈퍼주니어의 팬도 아니다. 걔들 팬사이트 같은 데 가본 적도 없고 TV 프로그램도 챙겨본 적 없다. 애초에 12명 대군단으로 나올 때부터 이름 같은 건 외우지 않기로 맘 먹고 포기했었다. 워낙 세계가 독특한 희님과 왠지 안쓰러운 특이, 웃는 얼굴이 내 취향인 성민이 외에는 별로 관심 가는 멤버도 없다. 아니 저 세 명도 그냥 희박한 관심이지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느 새 나는 열 세 명을...

나는 내가 무섭다. 흑흑.

사실 난 동방신기 다섯 명의 4자 이름도 다 알고, SS501의 다섯 명도 어느새 다 알게 되었고, 심지어는 천상지희 네 명의 4~6자 이름도 안다(내가 보기엔 이삭앤지연의 지연이었던 상미린아가 제일 미인이다).

하지만, 슈퍼주니어까지 커버하고 싶진 않았다. 자아, 오늘밤 자고 나면 슈퍼주니어의 절반 정도는 잊어버렸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이렇게 아이돌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으니 국사 연도를 못 외우는 거 아니냐!

뭔가, 되게 장황한 이야기가 되었군. 아마도 이 글을 끝까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나 있을라나? 하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스스로 받은 충격을 꼭 기록해두고 싶었다. 아아, 정말 좌절이다. 아이돌은 영원히 내가 헤어나오지 못할 늪인가, 나는... 괜히 한밤중에 슈퍼주니어 중에 몇 명 이러고 궁금해했던 것 자체가 후회스럽다. 괜한 짓을 해서 무서운 사실을 깨닫고 말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