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일기

토요일 쇼핑데이

코니 2006. 5. 16. 03:13

토요일에 원이와그토록 염원하던스파게띠아와 카페 미카야에 갔다.


내가 약속 시간에 늦은데다 토요일 낮이라 길이 엄청 막혀서 소공동 스파게띠아에 도착한 건 이미 점심 때를훌쩍 넘긴 시간이었다.(그 와중에도 길을 잘못 들어 한 바퀴 돌기도 하고...)

100원 쿠폰으로 올드패션샐러드를 주문하고, 스파게티 2개 아라비아따와 마레 알리오를 추가했다.(지금 보니 스파게띠아 TOP 1, 2, 3 메뉴네.) 안 가본 사이에 스파게띠아 메뉴가 좀 바뀌었다. 양이 좀 적어지고, 2인용 스파게티가 따로 있다.

올드패션샐러드는 내용물은 평범하고 양이 꽤 많았다. 양상치와 통조림 옥수수, 통조림 과일, 통조림 참치, 삶은 달걀 등이 주재료다. 드레싱도 싸우전드레싱으로 평범한 맛이다.

알레 마리오는 올리브오일소스의 해물스파게티다. 올리브오일소스 치고는 국물이 좀 있고 붉다. 고추기름? 별로 매운 것 같지는 않았는데. 원이는 "이건 올리브오일소스가 아니야!"라며 분개했지만, 내 입맛에는 맛있더라. 소금간이 꽤 세다. 하지만, 올리브오일소스는 밍밍한 것보다는 차라리 짭짤한 게 낫다.
아라비아따는 매콤해서 좋아하는 스파게티다. 입맛이 단순한지라 매운 건 확 매운 게 좋은데 여기 건 별로 안 맵다.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한동안 스파게띠아가 별로 맛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나쁘지 않았다. 요새 이상하게 먹고 싶어서 '한번만 먹으면 질릴 것'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거 같다.
늦은 점심으로 먹고, 소공동 롯데를 돌았다. 원이가 가고 싶어했던 영플라자 유니끌로에서 덩달아 가디건 하나와 티셔츠 2장을 사고, 본관의 신발매장을 열심히 돌았다. 그러고 보니 원이는 내 신발 사는 데 끌려다니느라 쇼핑도 제대로 못했구나. 결국 맘에 드는 걸 못 찾아서, 신촌 현대까지 갔다. 현대에서도 신발매장만 한 열 바퀴는 돈 것 같은데 결국 또 못 사고 주차비만 5,000원 날렸다. 전체적으로 이거다 싶은 디자인도 없었고, 몇 개 대충 골라 신어보면 발에 안 맞는다. 여름샌들은 해마다 내게 난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케이크 카페 미카야에 갔다. 이미 저녁 시간이었지만 늦은 점심 탓에 밥을 먹기엔 일렀다. 카페 앞에 차를 대강 대고(앞에 작지만 디자인이 독특한 외제차가 서 있어서 주차할 때 조금 걱정스러웠다) 들어갔는데, 테이블은 열개도 안되는 작은 카페지만 한적해서 좋았다.
테이블마다 젤리 같은 상태의 액체가 담긴 작은 사각꽃병에 꽃이 꽂혀 있고, 초도 놓여있다.
누보쇼콜라라는 이름의 초콜릿케이크와 애플파이,커피와 허니바닐라카모마일티를 시켰다. 허니바닐라카모마일은 향이 조금 다를뿐 단맛은 나지 않는 허브티다. 케이크는 소문대로 맛있다.(고 해도 미각둔치인 내 말에 무슨 신빙성이 있으랴.)누보쇼콜라는 부드러운 크림이 겹겹이 쌓여 있고 겉은 검은 초콜릿으로 코팅되어 있어 무지하게 달아보이는데, 막상 입에 넣으면 그리 달지 않다. 애플파이는 아주 얇은 파이로 바삭한 과자와 부드러운 사과가 조화를이루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한 덩이 같이 나온다. 양이 적다는 게 좀 아쉬웠다.
주인 기분에 따라 베이글 샌드위치도 만들곤 한다는데, 그것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이번 토요일 낮에 한번 가볼까? 재료는 주인 맘이라는데, 달걀이나 참치로 만들어준다면 좋은데.